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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이런 무게를 느껴 본 적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가벼워졌지..하며 말이다. 선선히 불어오는 가을 공기처럼 가볍고 가슴이 미어지게 수척한 모습을 오늘따라 유독 흰 수건으로 감싸서 내 품에 안고 동네를 걸어 내려왔다.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종종 보내던 둘의 시간을 짧게라도 보냈다. 미안하다는 말, 고마웠다는 말, 사랑했다는 말 그리고 고생했다는 말. 담고 골라도 뭐라고 이야기해줘야 하는지 모르겠고 어설픈 행동만 계속했다. 추억. 추억이 있다. 못 챙겨준 추억만 있고 신경쓰고 보살피던 추억이 하나도 없다. 이 아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디를 가고 싶어 했는지 너무 몰라서 등이 쿡쿡 쑤셨다. 외로웠을 텐데, 많이 외로웠을 텐데 그렇게 참 혼자 잘 지냈다. 뭐하나 피해 안 주고 늘 그렇게 혼자 잘 지냈다. 서러웠다. 왜 그렇게 혼자 잘 지냈는지. 왜 그거도 나랑 비슷해서 항상 괜찮은지. 먹먹해져서 고개를 계속 흔들었다. 조금이라도 털어질까 싶어서. 어리고 작고 나약할 때 데려왔던 그 모습으로 오래됐고 작고 나약할 때 보내줬다. 떠나는 날인 오늘도 이렇게 착할 수 없다. 가슴에 묻고 속을 한참 울었다. 몸이 안 좋지만 차가운 소주 한 모금만 먹고 자고 싶다. 왼쪽 가슴 언저리에 몇 시간 전까지 느꼈던 마지막 날의 조용하고 힘들었던 숨과 눈이 기억난다.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