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사는 나의 동네.
막연히 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무리를 해서 이사를 왔다.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의 모습과 왠지 모를 약간은 이국적인 사람들.
이곳에 어울려 사는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독립을 한 남자 30대’와 가장 가까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희동'이라는 동네 이름조차 왠지 모르게 섹시하고 매력적이 었다.
사실 그게 더 좋아서 아주 엄청 추운 겨울에 집을 알아보러 다녔고(물론 내가 좋아하는 집은 아니었지만)
준비되어있는 금액에 맞춰 적당히 합리적인 집이었고 가장 좋은 건 잘 들어오는 볕과 내가 생각하고 아는
'연희동'의 모습과 가까운 위치였으며 무엇보다 나 혼자였다.
혼자여서 할 수가 있는 것들이 많았다. 아니 하고 싶었던 게 많았다. 요리며 살림이며 혼자 꾸리고 살고 싶었다.
이렇게 벌써 2년이 다 되어갔다. 아직 기억한다. 날이 좋던 주말 문득 집에서 가장 애착하지만 늘 거슬리는 소파에 앉아 집을 둘러보았다.
시작을 같이하진 않았지만 서둘러 지나면서 온갖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생겨났고 그것들이 집안을 온통 그것들만 있었다.
냉장고의 계란, 찬장에 올리브유, 4인용 우드 테이블, 필터 커피 도구들, 러그, 파란 소파 쿠션, 작은 행주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그날 정의를 해버렸다. 독립은 하나부터 백까지 오로지 나를 위한 물건들로 가득 채우는 행위라고.
물론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지만 그날따라 내가 굉장히 어른이 된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혼자 사는 건 쉽지 않다... 뭐 그런 이야기다. 이번 달 전기세가 얼마더라. 휴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