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머리 때문에 지쳐 자다가 일어나니 가을이 되어 있었다.
창문 너머로 슬쩍 보니 하늘이 구름을 데리고 꽤 멀리 도망쳤다. 높아진 하늘을 보니 가을운동회도 생각나고.
움직이기는 아주 귀찮았지만 나름 빠른 움직임으로 에어컨을 끄고 따뜻한 물 한잔을 마셨다.
날씨가 선선해지니 우리 집에 있는 애들도 이제 꽤 힘든 시간을 지나고 마음 이 좀 넉넉해지겠다 싶었다.
가을... 한참 생각해봤다. 이때쯤 이었던 거 같다. 자잘한 두근거림과 호기심이란 게 사라지고 큰 곳으로 가고 싶었다.
살짝 덥고 살짝 춥고. 마음도 그렇게 오르내리곤 했었다. 가을 이어서 그렇게 기분이 바스락거리고
왠지 더 발끝이 시큰거리고 옷도 한 번 더 여미고 그랬나 싶지만,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면
깊고 진한 냄새가 나는 생각이 제대로 익어서 풍성하게 가득 열리는 계절이었다.
가득. 가득 열린 생각을 담고 담다 보니 그새 넘쳤었다. 넘쳐서 굴러다니는 생각을 주워 담는 데만 종일 걸렸었다.
나에게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지금 바깥에 하늘이 잔잔히 데려가는 구름도 그 어느 때 나랑 마주쳤던 가을 구름일 것 이다.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생각을 주워 담는 나를 쳐다보며 지나가던 그 구름
'야!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혹시 그때 거기였나?'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