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one Cho is a Seoul-based designer who create Spatial design. Please get in touch, don't hesitate to reach out: simone.notbad@gmail.com ...For more information?

불만에 대하여

A. 합리적인 것을 좋아한다. 합리적이라고 해서 모든 걸 따지면서 이치를 운운하는게 아니지만, 선택의 의미와 이유가 명확하게 있는것이 나에게는 합리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편이라 보다 명확한 의미와 이유가 있는 걸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 더욱 빠른 선택을 하기위한 - 가령, 무언가를 디자인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단순히 형태의 맥락만 추구하기보다는 가능한 쓰임도 그에 맞는 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은 기능과 형태의 균형이다’ 라는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의 말이 작업을 하는 책상 위에 늘 놓여져있다.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이 되면 그 말을 만지작 거리면서 생각을 이어나간다. 또 무언가를 살 때는 기능이 조금 떨어져도 사용함에 편의성이 있고 선택에 가치가 있다는 이유가 있으면 제 아무리 잘 아는 사람이 추천을 하더라도 그것이 기능은 좋으나 못생겼다면 나에게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더 이야기해보자면, 아무리 멋지고 유명하고 그리고 맛있다고까지 소문이 자자한 음식점이어도 그에 걸 맞는 태도가 없고 불쾌하다면 나에게는 그곳은 절대 좋은 곳이 될 수는 없다. 선택과 취향은 모두가 다르고 물론 나에게 합리적이지 못한 지점이 많아도 타인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언제나 나에게 조금 더 빠른 선택과 확실함을 위해 합리적인 지점을 끝도 없이 찾는다. 물론 빠르고 명쾌한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수도없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가끔은 불만으로 다가오기도. B. 해가 떨어지고 도로가 조금 조용해지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알고는 있지만 괜히 아닌척 물을 한 모금 먹었다. 하던 일을 마저 하려고해도 화면 이 점점 뿌옇게 변했다. 갈데 없는 시선은 작업을 하던 화면에서 멀어져 창을 바라보았다. 밝은 가로등 불 옆에서 나무가 파르르 떨면서 흔들린다. 작년까지 나뭇잎이 풍성 했는데 올해 초 나무들을 댕강댕강 잘라버렸다. 여름이 한창일때 창에 그늘이 되어주고 튼튼하게 잘 지냈는데 팔다리가 다 잘린듯 애처롭게 흔들 거린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과 머리가 제자리 가만히 있는다. 길을 잃은 듯 방황한다. 꿀꺽. 이놈이 왔구만. 왔으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자 그래서 니가 원하는게 뭐야. 하필이면 이렇게 바쁜 오늘 왔어? 야 화면 봐봐 나 지금 할게 엄청 많아. 근데 꼭 지금 왔어야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근데 그건 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어쩔 수 없자나. 불확실한 건 어쩔 수 없는거야. 나라고 뭐 달리 방법이 있겠냐. 그래 니 이름처럼 나도 알 수 없고 불안해. 어떻게 어디로 가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근데 늘 그렇게 살았잖아. 그것들 때문에 그래도 이렇게 까지 왔어. 근데 왜 매번 이렇게 찾아와서 이야기를 하는거야. 나도 알고 있다고. 근데 뾰족한 수가 있어?. 그래도 하는거지 어떻게든. 아니야 근데 말 그렇게 하지마. 너가 온 이유도 모르겠어 나는.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 불확실성에서 살아가는게?. 야 근데 왜 비교를 해 나도 내 방향과 계획이 있는거야. 알겠으니까 오늘은 더 이야기 하지말자. 여기까지만해. 너랑 더 얘기하면 나 오늘 아무것도 못해. 진짜 술 먹고 싶은 기분이 드니까. 다음에 이야기하자. 아니 다음에 안와도 좋고. 앞으로도 안왔으면 좋겠는데. 오겠지? 알겠어. 조심히 가고. 알겠으니까 그만 얘기해. 잘가. 나가면서 저 쓰레기나 좀 들고 나가. 아 됐어. 얼른가. 나 이제 일한다. 플레이 리스트가 맘에 안들어서 음악을 바꿨다. 요샌 오라이언스 벨트라는 밴드를 자주 듣는데 그나마 기분을 바꿔주니 좋다. 나무는 아직도 흔들거리고 열어놓은 창문 아래로 지하에서 작업하는 밴드 멤버들에 담배 냄새와 웃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닫았다. 시끄러. C. (메세지) 근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네요.  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스스로 무언가 이뤄내기 위해 그간 이 악물고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걱정 끼치는 모습 보이기 싫어서  힘들지만 조용히 일해 왔어요. 잘 선택했다고 응원해 주시던 거도 너무너무 감사했는데,  이렇게 모든게 정리 된 상황에서 그런 말씀은 정말 너무 우울해지네요. 그래도 누구도 탓하지 않았어요. 나에게 도움 주지 못하는 사람을 원망한 적 없었어요. 제가 도움 받을 자격이 되면 도움을 받겠죠. 모든 건 각자 책임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고 당연히 제가 선택한 거니 알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약속들 제대로 못 지켜서 죄송해요. 정신없이 당장 앞에 중요한 일을 처리하다 보니 매번 깜빡하고 놓쳤어요. 그래도 늘 항상 잊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제가 많이 죄송해요. D. 정말 아까웠다. 너무 싫어졌다. 후회 안 하지만, 조금 후회가 됐었다.윽. 하고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 참고 참다 한대 태우러 나왔는데 라이터가 없는 느낌. 음식 하려고 장보고 들어왔는데 제일 중요한 재료 없는 느낌. 좋아하는 책 빌려줬는데 잃어버렸다는 얘기 들을 때 느낌. 당혹스럽게 황당하고. 이젠 살갑게 가까운 내 것들 잘 먹이고 잘 챙기고 우아하지도 고급스럽지도 멋지게도 할 줄 모른다. 꽤나 거칠고 직설적이고 소박하고 감정대로. 그냥. 여름엔 특히나 습기 조심. 집도 화장실도 곰팡이가 잔뜩 날지도 모른다 아 머리도 조심. 너무 습한 마음으로 지내면 생각도 곰팡이 생기더라. 천천히 그냥 그렇게 너울 타듯 가자. 좋고 나쁘고 기쁘고 슬프다. 근데 그게 그냥 그래서 안정적이고 좋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고 잠을 안 자도 안 졸리고 피곤해도 건강하고 더워도 즐겁고 이번 여름은 그렇게 살아보려고. 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