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one Cho is a Seoul-based designer who create Spatial design. Please get in touch, don't hesitate to reach out: simone.notbad@gmail.com ...For more information?

에피소드와 서스펜스 그 사이 2

A. 어두운 아침이었다. 조용히 집에서 나와 바닥에 한 가득 떨어진 젖은 낙엽을 뒤집으며 스윽- 걸어갔다.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 옆을 걷다보면 사무실 앞이다. 좋아하는 큰 은행나무가 이젠 꽤 많이 노랗게 물들었다. 벌써 이렇게 추워졌구나 싶었다. 바람이 아주 천천히 불었다. 나무에 겨우 겨우 붙어있는 잎사귀가 가로등을 등지고 일렁거리며 묘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사무실 근처 횡단보도 위 푸른 빛만 깜박 거린다. 고요하다. 날이 추워서인지 새벽 안개가 가득했다. 담배를 꺼냈다. 입김과 연기가 잔뜩 난다. 콧잔등이 시렵다. 멍하니 담배끝을 보고 있었다. 새벽 일찍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 두분이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 가신다. 멀찍이 서서 바라 보고 있었다.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횡단보도 건너편 무언가 낮게 걸어다닌다. 내 시야보다 조금 아래로 보통 이상에 속도로 움직인다. 자세히 보았다. 큰 개 두마리가 주인 없이 돌아다닌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고양이를 봤는지 성큼성큼 빠르게 뛴다. 초록불로 횡단 보도가 바뀌었다. 내가 서있는 길 건너편으로 큰 개 두마리가 정신 없이 무언가 눈치를 보며 뛴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다가 또 걷고 뛰고 반복한다. 구석 구석 냄새를 맡으며 어딘가 홀린 듯 계속 주변을 살핀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 어떻게 나왔을까? 무엇 때문에 나오게 되었을까? 어제 밤 때린 주인에게 반항을 하는 마음으로 느슨해진 목줄을 끊고 나왔을까 도무지 어떻게 이시간에 저렇게 다니는지 이해가 도통 되질 않았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반대쪽을 보니 누군가 걸어온다. 앞을 보지 않고 걷는다. 큰 개 두마리는 앞만 보며 정신 없이 더 빨리 뛰어간다. 걸어오는 누군가와 거리는 좁아져 갔다. 빠르게 긁히는 발톱소리와 느슨한 새벽 숨소리가 섞이고 있었다. (중략) C. 그때가 언제더라. 12월? 아무튼 연말이었던거 같아. 아주 추운 날 이었어. 뭐 늘 똑같이 하루종일 현장을 보다가 집 가는 중이었던 거 같아. 전화가 오더라고. 근데 있자나 그런거 알지? 어쩐지 무서운 전화. 그런 전화였어. 그래서 통화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지. 그때 이야기 하더라고.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신호가 잘 안보이더라. 전화하는 목소리가 처음 듣는 목소리였어. 나는 다르건 모르겠고 이 전화를 하는 순간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어떤이에게는 문자로 이야기를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전화를 했을텐데 말이야. 그때 그 기분이 어땠을까. 내가 느껴 본 적이나 있는 마음일까 싶어. 맞아. 그랬어 진짜. 그래서 어떤지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D. “ 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 “ 따뜻한 커피 하나만 부탁드려요. 가지고 갈게요 ” “ 네 약간 산미 있는거 드시죠? ” “ 네! 고맙습니다. 저 잠깐 나갔다가 올게요 ” “ 네 , 금방 드릴게요 ” … “ (통화중) 네 사장님, 그 전면 유리는 일반 유리고요 8T 나 10T 정도면 됩니다 실리콘 색은 블랙이에요 그리고 안쪽에 선반이랑 벽체 가구 보시면 사틴 5T 있어요. 하나는 2400정도 되고 하나는 700정도..” “ 커피 드릴게요 빨대 꽂아 드릴까요? ” “ (통화중) 네 맞아요. 근데 그거 이번주 금요일까지 나올까요? 마감이 일요일..(커피를 잡으며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 (통화중) 네네, 사틴 전면이 홀 방향이예요. 아 그리고 700짜리 유리는 타공 있는데 20파이 정도로 뚫을 예정이고 …” (고개로 가볍게 인사) … “ ? ” 차가운 커피였다. (중략) 23.11